10-20대에는 최고의 기호식품이 떡볶이였다.
2순위는 빵.
누군가 나에게 술.담배를 왜 안하는지 물으면
“나한테는 술이 떡볶이고 담배가 빵이예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강철 보다 소화하기 힘든 밀가루 덩어리를 위장에 때려 넣고도 1도 속 안 부대끼던 시절..
(까마득..)
이제는 떡볶이를 먹으려면 몇 가지 체크포인트를 확인해야만 먹을 수 있다.
✔️내일 후회 안할 자신 있나요?
✔️내일 부어도 되나요?
✔️내일 몸무게가 최소 +2키로인데 감당할 수 있나요?
✔️네버앤딩 끅끅대는거 참을 수 있나요?
그런 이유들로 금주. 금연하는 심정으로 떡볶이와 내외를 했었다.
금단 증상들도 많았지만 먹어도 괜찮던 상태의 몸이 먹으면 삐그덕 거리는 몸이 되면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떡볶이를.
(어렸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하는 음식=떡볶이)
그런데 그렇게 내외하던 떡볶이를,
그것도 베트남에서 살면서 안보니 멀어지던 떡볶이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엄청 자주.
잉???
베트남인데 두끼 떡볶이 매장이 왤케 잘 보이는거예요!!?!
엄청 인기였다 한다.
평일에도 줄 서서 먹을 정도였다고.
지금도 새 주상복합 아파트가 생기면 필수 옵션으로 있는것이 두끼 떡볶이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너무너무 먹고싶었..
그렇다. 떡볶이 먹고싶었다는 이야기 하기를 이렇게 혀가 길었다.
막내딸과 소아과 가는것은 떡볶이 먹기 좋은 구실이 된다.
마침 내가 다니는 소아과 바로 옆 블록이다
미딩 빈홈 스카이레이크
주소-100000 Hà Nội, Nam Từ Liêm, Mỹ Đình 1, Đ. Phạm Hùng
에스컬레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는 길부터 설렌다.
예~~! 떡볶이 먹는다!!
(신난 만36세)
도착하자마자 착석도 전에 육수부터 콸콸 따라주는 것이 배운 알바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나 급한거 들통난건가?
매장은 꽤 넓었고 떡볶이 리필 식당보다는 샤브 뷔페느낌이었다.
재료 담아오는 그릇이 내 위생 레이더에 걸릴뻔했는데
이곳이 베트남임에 눈 한 쪽 가리고
조금 후에 재료를 가득 담음으로써 나머지 한 쪽 눈도 감아버렸다.
떡볶이 포션과는 거리가 있는 재료들.
하지만 오히려 좋아♥️
떡과 소시지등 사리
재밌는 것은 조개와 무뼈닭발이 있다.
그리고 소스들.
베트남어로 배합비율이 설명되어 있었는데
내가 지켜보니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의 냄비는 떡볶이 국물이 아닌 잡탕? 국물이 담겨 있었다.
떡볶이는 살짝 되직해야되는 걸 모르는듯?
라면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차이라면 한국 라면도 있었지만 베트남산 한국라면.
튀김코너도 재법이었다.
치킨도 4가지 종류나 있었다.
먹어본 결과, 양념은 그럴싸 했지만 염지가 안돼 있어서 맛이 있는듯 없었다.
이거슨 떡볶이 국물 샤브샤브.
떡은 양심상 조금 넣고 채소를 왕창!
그럼 뭐해. 떡사리 조금으로 챙긴 양심, 떡볶이 소스 3그릇으로 팔아먹었다.
세금이 8프로 부과되나보다.
두끼가 베트남에 오면서 이상한걸 배워왔네?
세금은 가격에 미리 녹아놓으란 말야.
어쨌든 두끼 떡볶이 1인분 가격은
어른은 139000동
세금포함하면 15만동 정도(한화 약 8300원)
아동은 69000동
세금포함하면 대략 75000동 정도(한화 약 4200원)
가격이 대혜자다!!
채소는 숨 죽으면 얼마 안되니까.
그래도 욕심 안부리고 원팬만 먹고 일어났다.
어묵 튀김은 한국인만 알고 싶은 기술이었는데 베트남 유출돼 부렀네..
깰꼼하게 먹었다.
나잖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줄서서 먹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 매장을 다 채운 사람들 중 나와 우리 딸만 한국인이었을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떡볶이 국물 샤브샤브를 먹은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내일 쪄있을 2키로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오늘 식사 정말 만족스러웠다😊
두끼에서 밥 먹고 바로 옆에 CGV가는 베트남 MZ들!
여기가 한국이에요, 베트남이에요??